[다시, 보기]미주는 성희롱인데 ○○○은 '섹드립'인가요?

러블리즈 미주 뒤늦게 유튜브서 성희롱 발언 논란→사과
남자 연예인들 성적 농담은 '섹드립'으로 웃어 넘기기 일쑤
'성희롱'과 '섹드립' 사이 성별 온도차…여전한 '이중잣대'
여자에겐 엄격·남자에겐 관대…성별에 따른 발화 권력 차 발생

그룹 러블리즈 미주.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여자친구랑 어디까지 갔어?…너 남자 맞아?"

지난 6월 러블리즈 미주가 유튜브 웹 예능 프로그램 '미주픽츄'에서 일반인 남성 출연자 A씨에게 건넨 말이다. 이 영상은 3개월이 지나 뒤늦게 논란이 됐다. 미주의 발언이 성희롱이나 다름없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미주는 8일 러블리즈 SNS에 "출연자 동의를 얻었으나 정서적 불편함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경솔한 발언을 해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미주와 제작진은 A씨에게도 사과를 전했다.

A씨가 당시 상황에서 미주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느꼈는지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시청자들은 성희롱적 요소가 섞인 미주의 농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를 접한 미주와 제작사도 사과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대체 어느 기준으로 성희롱과 '섹드립'(성적인 유머를 뜻하는 합성어)의 경계를 나눌 수 있는 것일까. '섹드립'으로 웃어 넘긴 그 수많은 성희롱적 농담들은 미주처럼 뒤늦게나마 지탄받아 바로잡혔을까.

시간을 멀리 돌릴 필요도 없다. 지난 4일 KBS2 연예 정보프로그램 '연중 라이브'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휘재는 '연중 집들이' 코너를 통해 정다은·조우종 아나운서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세 사람이 안방을 둘러보던 도중 일어났다. 운동 취미를 가진 정 아나운서가 안방에 구비된 기구로 발레 시범을 보이자 침대에 누워 있던 이휘재가 조 아나운서를 향해 "아내 발레하는 것을 보고 훅 올라오는군요"라고 성적인 '농담'을 건넸다.

당황한 조 아나운서는 "무슨 소리냐"며 웃음으로 무마했지만 이후 제작진은 '화면 조정 시간' 장면을 내보내 이휘재의 농담에 성적 함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미주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당사자인 정 아나운서 앞에서 성적 대상화가 담긴 성희롱성 언사를 내뱉은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미주와 달리 공론화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노골적인 무례함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이 없다 보니 언론도 별다른 기사를 생산하지 않았다. '논란'이 되는 '현상'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설상가상 '연중 라이브'는 유튜브 채널이 아닌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 KBS의 프로그램인데도 그러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섹드립' 캐릭터를 보유한 MC 신동엽·가수 유희열·성시경 등이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위를 넘나드는 이들의 성적 농담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들에서 '예능적 요소'로 소비됐다. 각 인물별 발언 수위를 비교하는 기사들도 넘쳐났다. 이런 흐름을 타고 세 사람은 자유롭게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사진=방송 캡처)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미주 정도 수위는 '성희롱적 농담'이 아닌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 수위와 무관하게 미주가 한 발언에도 상대의 사생활을 소재로 한 성희롱적 요소가 담겨 있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성별에 따른 '이중잣대'가 유효한 사회 분위기에 있다. 동일한 성적 대상화 발언이더라도 여자 연예인은 성희롱이 되는 반면, 남자 연예인은 '섹드립'으로 넘어가거나 논란조차 안 되기 일쑤다.

이렇게 '여자에겐 엄격하고 남자에겐 관대한' 분위기 속에서 성별에 따른 발화 권력 차 또한 발생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성별간 성적 대상화 구도로 미뤄볼 때 논란이 되는 발언 숫자는 남자 연예인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이휘재 건처럼 아무런 지적이나 공론화 없이 넘어간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여자 연예인들은 보통 이와 반대 현상을 겪는다. 남자 연예인들이 10번 중 5번 꼴이라면 여자 연예인들은 10번 중 9번 꼴로 비판받는 식이다. 사례가 적으니 더 집중 조명되는 측면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남자 연예인들이 오히려 엄격하게 질타받는 듯하지만, 이는 빈도 높은 성적 대상화와 성희롱 발언에 따른 결과물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발화 권력이 적은 여자 연예인들은 대다수 자기 검열을 거쳐 생각을 표현해 논란이 되는 숫자가 현저히 적을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연예인들이 성적 농담을 활용해 예능 캐릭터로 성공을 거두는 시대도 있었다. 당시부터 '섹드립' 캐릭터인 개그맨 출신 여성 방송인들이 존재했지만, 그 숫자 역시 남자들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그 범위를 가수, 그 중에서도 아이돌 가수로 좁히면 남자 대비 그런 이미지로 소비되는 여자 연예인들은 없다시피 하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편견에 갇힌 전근대적인 여성상을 요구받는 여자 아이돌 가수들은 누구보다 이 같은 검열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때로는 진짜 잘못이 아닌 고가 외제차를 타거나 페미니즘 성향을 드러냈다는 비상식적 사유로 뭇매를 맞기도 한다.

지금껏 종이 한 장 차이였던 '성희롱'과 '섹드립', 그 간극에서 또 한 번 뿌리 깊은 성별 권력 온도차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