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남자’ 산틸리 감독, 이유 있는 거친 항의

이탈리아 출신의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연습 때도 불 같은 성격을 종종 드러내는 편이다. 대한항공 부임 전에도 경기 중 거친 항의가 여러 번 있었다는 그는 한국에서의 두 번째 공식 경기 만에 주심에게 거친 항의로 경고를 받았다.(사진=한국배구연맹)
“나는 한국에 승리하기 위해 온 사람이다”

지난달 24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경기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이 심판 판정에 과격하게 항의하는 모습이다.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2세트 24-24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 다우디가 스파이크한 공이 대한항공의 블로킹에 맞고 아웃으로 판정되자 산틸리 감독이 큰 동작으로 항의했다. 공이 다우디의 몸에 맞았다는 것.

다우디는 당황한 듯 웃어 보이며 분명히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다. 중계화면에서도 공은 다우디를 크게 벗어나는 모습이 확인됐다. 주심의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최재효 주심은 곧장 산틸리 감독에게 경고를 줬다. 하지만 2세트가 끝난 뒤에도 산틸리 감독은 부심에게 항의를 이어갔다.

이 흥미로운 장면은 TV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배구팬에게 전달됐다. 국내 감독에게 흔히 볼 수 없는 강한 항의라는 점에서 일부 팬에게는 거부감이, 또 다른 팬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산틸리 감독은 왜, 무엇 때문에 거친 항의를 했을까.

8일 경기도 용인의 대한항공 훈련장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산틸리 감독은 자신의 거친 항의에 대해 “내 행동이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감정을 억누르는 편이지만 나 같은 라틴 사람들은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 “나는 배구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이다. 경기와 경쟁은 내 인생의 전부”라며 “내가 감정적으로 변화의 폭이 큰 사람은 아니다. 다만 나는 열정적이고 경쟁심이 있는 지도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산틸리 감독을 지켜본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무래도 감독이 경기 중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거나 자신이 주문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 특히 더 화를 내는 편이다. 훈련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귀띔했다.

사실 대한항공 선수와 관계자에게 산틸리 감독이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산틸리 감독은 부임 후 연습경기에서 이와 비슷한 항의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당시 산틸리 감독은 부임 전 몸담았던 팀에서도 경기 중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잦았던 성향을 설명하며 선수단에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지만 결국 부임 후 치른 두 번째 공식 경기 만에 폭발했다.

V-리그에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 산틸리 감독은 자신의 모습이 배구팬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면 개의치 않겠다는 생각이다.

“팬들이 경기장에 오는 이유는 한 팀을 응원하기 위해서지만 또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도 온다. 새 시즌은 팬과 함께 경기장에서 호흡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