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성적 표현=예능? 막 나가는 방송사들

10대 트로트 가수들 주요 부위 지칭 장면 그대로 송출
청취자 사연 속 6살 남아에 진행자 "좀 야하다" 발언
각 방송사들 사과→사후 조치했지만…"가이드라인 절실"

(사진=방송 캡처)
미성년자 대상으로 선을 넘는 방송사들의 성희롱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성희롱적인 발언들이 재미 요소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은 최근 10대 트로트 가수 정동원(14)과 임도형(12)을 두고 주요 부위를 지칭해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에서 두 사람은 변성기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주요 부위를 지칭하며 상태를 물었고, 이 장면이 편집 없이 그대로 송출됐다. 정동원과 임도형 역시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대답했다.

화면에는 '2차 성징 왔니?'로 자막 처리가 됐지만 10대인 아이들에게 노골적으로 이 같은 질문을 하고, 방송에까지 내보낸 건 미성년자에 대한 인권 침해이자 성희롱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제작진은 "기본적인 질문이었고, 의학적인 접근이었다"면서도 "출연자에게 민감한 부분일 수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해당 장면 클립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후 '아내의 맛'은 정동원을 두고 외모 평가를 해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KBS라디오 '이상호의 드림팝'은 청취자 사연 속 6살 남아를 향한 부적절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진행을 맡은 이상호 아나운서는 2일 방송에서 6살 남아가 주인공인 청취자 사연을 읽었다. 여기에는 "6살 아들이 샤워하고 나오는데 속옷도 입지 않고 마스크부터 쓰고 나온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이 아나운서는 "귀엽다. 좀 야한데? 마스크만 쓰고"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이 같은 발언이 아동 성희롱이라는 항의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제작진과 이상호 아나운서는 사과문을 게재해 "진행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청취자 분들에게 불편함과 심려를 끼친 점 사과의 말씀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해당 사안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삼위)에 민원이 접수됐다. 방심위는 사안의 중요도와 여론 추이에 따라 심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발언들은 미성년자인 당사자들에게 수치심, 더 나아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민감한 청소년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아무리 예능 소재라 할지라도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성적 표현에 당사자는 수치심이 들거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재미 요소나 예능의 소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인도 그렇지만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너무 재미만 추구하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상식선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소한 표현에서부터 미성년자 출연자들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법적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

최 교수는 "미성년자 출연자들의 밤샘 촬영을 막는 규정이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근로시간부터 미성년자 인권보호가 제대로 되지 못했던 실정"이라며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예능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이를 막을 가이드라인이 없다.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