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모녀를 향한 세심한 시선 '스프링타이드'

[노컷 리뷰] 외화 '스프링타이드'(감독 리나 양)
모바일 극장 플랫폼 스마트시네마 앱 단독 상영

(사진=스마트시네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모녀'라는 존재가, 그 단어가 너무 어렵다.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할 것 같지만, 누구보다 소통하기 힘들고 불편하다. 그런 엄마와 딸이 부딪히고, 상처받고, 상처 입힌다. 이 치열한 갈등의 끝은 어디일까.

중국 영화 '스프링타이드'(감독 리나 양)는 치열하게 미워하고 뜨겁게 사랑하는 이 시대 모든 엄마와 딸들을 위한 웰메이드 감성작으로, 모녀간의 갈등을 세밀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영화에는 두 모녀, 세 여성이 나온다. 지엔보(학뢰)와 그의 엄마 지밍란(금연령), 그리고 지엔보의 딸이자 지밍란의 손녀 완팅(취젠시)이다. 카메라는 지엔보를 중심으로 지밍란, 완팅 각기 다른 시대를 산 세 여성을 비춘다.

감독은 관객들이 지엔보, 지밍랑, 완팅이 어떤 시대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인물인지 직접 보고 자연스레 알아가길 권한다. 그래서 카메라는 인물들을 뒤쫓으며 그들의 말과 행동, 얼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사진=스마트시네마 제공)
딸 지엔보와 엄마 지밍란은 매사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부딪친다. 담배를 끄라는 엄마의 말에 지엔보는 엄마가 말려 놓은 채소를 바라보더니 그대로 그 위로 담배를 짓누른다. 집에서 합창 연습을 하는 엄마를 방해하기 위해 주방에 물이 새도록 만든다. 그런 지엔보의 눈은 공허하고 외롭다.

엄마 지밍란은 스스로도 자신은 남들과는 잘 지내지만 가족과는 그러지 못한다고 말한다. 철없는 남편 때문에 홀로 어린 딸을 키우고 집안을 이끌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한 그에게 사랑과 다정함 등의 감정은 사치였다. 그에게 삶이란 생존이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삶 속에서 엄마는 억척스러워졌고, 지엔보는 점차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가족을 지켜왔다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작게나마 온기를 바랐던 지엔보에게 접점은 없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면 불편하고, 그 불편함은 가시 돋친 말로 드러난다. 서로를 향한 말들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이 아슬아슬한 모녀의 관계는 보는 이조차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녀의 관계와 상처는 그들의 아랫세대인 완팅에게로 이어진다. 완팅은 할머니는 화가 많고, 엄마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완팅에게 가족은 어쩐지 이상하고 남들과 달라 보인다. 지엔보가 원망했던 가족의 모습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이처럼 누구보다 가깝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멀게도 느껴지는 가족, 그중에서도 모녀의 이야기를 어느 한 인물에 치우치지 않고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관객들이 그들을 오롯이 마음으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영화는 배경도, 인물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현실적이다. 그리고 언제 관객들이 그 인물에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할지 알고 재빠르게 카메라의 시선을 바꾼다. 멀리서 제3자적인 자세를 취하며 그들을 바라보다가도,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길 원한다.

(사진=스마트시네마 제공)
현실적인 자세를 취하던 카메라는 종종 비현실적인 세계를 담아내기도 한다. 지엔보에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긴 머리의 여인이라든지 수술복을 입은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와 염소로 변한 엄마를 끌고 나가는 꿈 장면처럼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한 순간이 찾아온다.

이 장면들이 나타나기 전 지엔보가 겪은 상황을 떠올린다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커다란 불안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냉소적이고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지엔보의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곳은 꿈일 테니 말이다.

만났다하면 싸우는 두 모녀의 속 깊은 이야기는 각자의 토로와 독백을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영화의 말미, 롱테이크를 통해 표현하는 지엔보의 길고 긴 독백은 영화에서 지엔보의 꿈 다음으로 가장 솔직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그의 내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시적인 표현으로 마무리한다. 지엔보의 내면이 밖으로 넘쳐흘러 나온 것처럼 집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엔보와 엄마 지밍란, 딸 완팅이 발 디딘 장소들을 훑으며 흘러간다. 물은 강으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완팅은 행복하게 웃는다. 이는 지금껏 소통하지 못했던 모녀가 뜨겁고 치열한 고백을 통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끔 만든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가 주목하는 여성 감독 리나 양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여기에 중국인들이 신뢰하는 연기파 배우 학뢰의 열연은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특히 마지막 롱테이크 독백 신은 이를 입증한다.

모바일 극장 플랫폼 스마트시네마 앱 단독 공개, 124분 상영.

(사진=스마트시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