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11위, 감독 자진사퇴' 수원·서울의 낯선 2020년

불과 1년 전만 해도 슈퍼매치를 앞두고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는 '슈퍼매치'로 불린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세계 20대 더비에도 포함됐고, K리그 역대 최다 관중 경기 3~5위가 모두 슈퍼매치였다. 2007년 4월, 2011년 3월, 2012년 8월 슈퍼매치에는 5만명 이상 관중이 들어찼다.

K리그 최고 흥행 카드였다.

슈퍼매치에 앞서 늘 미디어데이가 열렸고, '승점자판기', '반칙왕 스테보'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서로를 도발하기도 했다. 슈퍼매치에서 패한 팀 팬들이 구단 버스를 막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만큼 수원, 서울 모두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 K리그 우승은 수원 2008년, 서울 2016년이 마지막이지만, 2009년 첫 우승 후 독주를 시작한 전북의 몇 안 되는 대항마였다.

그런 수원과 서울에게 2020년은 낯설다.

사실 수원과 서울의 추락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수원은 2016년 처음 파이널B(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파이널B로 다시 내려갔다. 서울은 2018년 11위에 그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했다.

2020년 결국 두 라이벌의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지만, 이렇다 할 보강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덕분에 국가대표가 즐비했던 슈퍼매치는 이제 국가대표 없는 평범한 대결이 됐다. 실제 지난 4일 슈퍼매치 선발 명단에는 최근 1년(2019년) 동안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성적도 초라하다. 13라운드까지 수원은 3승4무6패 승점 13점 9위, 서울은 3승1무9패 승점 10점 11위에 머물고 있다. FA컵에서도 나란히 8강에서 쓴 잔을 마셨다.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5점)와 격차도 크지 않다.

지난해 6월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서 악수를 나누던 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수원 이임생 감독. 두 감독 모두 올해 자진사퇴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게다가 사령탑마저 중도 사퇴했다.

이임생 감독이 먼저 지난 17일 수원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최용수 감독도 30일 서울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수원과 서울 모두 시즌 도중 사령탑을 교체(경질 및 자진사퇴)하지 않기로 유명한 팀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이임생 감독에 앞서 시즌 도중 물러난 수원 사령탑은 차범근 감독이 유일(자진사퇴 후 복귀한 서정원 감독 제외)했다. 서울 역시 황보관, 황선홍 감독이 전부였다.

아직 K리그1은 14경기가 남았다. 6위 강원FC의 승점은 15점. 수원과 서울 모두 여전히 파이널A로 올라갈 수 있는 격차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원은 여름 이적시장을 영입 없이 마쳤다. 단순히 감독 사퇴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기성용을 영입했지만, 사실 시즌 시작부터 같이해야 했던 선수다. 오히려 29실점(최하위)의 수비진을 보면 수원보다 더 심각하다.

여기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병행해야 한다. 예정대로 10월 열릴 경우 힘겨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현재 수원과 서울에게는 오히려 독이다.

전통의 라이벌에게는 2020년이 그저 낯설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