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들"…'굿걸'에 셀프디스 자막 담긴 이유

[노컷 인터뷰] 엠넷 '굿걸' 최효진 PD ②

엠넷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를 연출한 최효진 PD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듀스' 시리즈, '고등래퍼' 등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인 엠넷은 많은 시리즈를 성공시켰고, 수많은 인물을 주목받게 혹은 재조명되게 했다. 하지만 늘 따라붙는 논란이 있었다. 바로 '악마의 편집'이다. 화제성을 높이는 한편 다음 회차도 보게끔 하려고 실제 벌어진 일보다 더 자극적으로 편집했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악마의 편집'은 엠넷을 대표하는 하나의 밈(Meme, 모방 등 비유전적 방법으로 후세에 전달되는 문화 요소)으로 쓰이기도 했다.

엠넷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는 첫 회부터 엠넷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출연진의 입을 통해 드러냈다. 처음 한자리에 모인 날, 소녀시대 효연, 치타, 에일리, 제이미, 슬릭, CLC 장예은, 윤훼이, 카드 전지우, 퀸 와사비, 이영지는 '굿걸'이 대체 뭘 하는 프로그램인지 궁금해한다. 제이미는 제작진이 처음 했던 말과 다르게 운영하지 않을까 의심하며 "자막에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들' 이런 거 아니야?"라고 말하고 모두 폭소한다. 한술 더 뜬 건 '제작진이다. '앞으로 닥칠 일을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들'이라는 자막을 보란 듯 띄웠으니.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에서 만난 '굿걸' 최효진 PD는 "(출연진이) 저희를 바라볼 때 어느 정도 의심하면서 들어왔던 건 사실이다. 현장에서 그 얘기를 자기들끼리 진짜 많이 하더라"라면서도 프로그램 진행 중 '말 바꾸기'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이 같은 자막이 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소녀시대 효연, 치타, 에일리, 제이미, 슬릭, CLC 장예은, 윤훼이, 카드 전지우, 퀸 와사비, 이영지. 이들은 각자 대중적 인지도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각각 '프로'인 뮤지션들이다. 무대 완성도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아니다. 무대에 대해서도 걱정 많이 했다. (웃음) 이들이 못 할 거라거나 이런 건 아니고, 같이 섞여서 무대를 안 해 본 사람도 많고, 아이돌이라고 해도 선후배 갭이 크니까 이게 시너지가 날 건가 혹은 마이너스가 될 건가 모르겠더라. 같이 준비한다고 해도 가령 색깔이 너무 달라서 한쪽이 고집을 부리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이 있는 거다. 물론 그런 고집을 부리는 게 스토리상 나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친구들의 결과물이 나빠지면 안 되고 좋은 음악을 해야 하니까 그때 어떻게 할까 하는 궁금증이 있긴 했다. 본인들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거다. '우리가 뭉쳐서 하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어떤 느낌으로 우릴 묶은 거지?' 하는 얘기를 본인들도 하더라. 걱정했지만 처음 퀘스트 할 때부터 단시간에 준비한 것 치고는 너무 노래도 퍼포먼스도 잘 나와서 기우였구나 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에일리, 슬릭, 윤훼이, CLC 장예은, 이영지 (사진='굿걸' 공식 홈페이지)
▶ '여성 뮤지션'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이어서 그동안과 달랐던 부분이 있다면.

약간씩의 섬세한 감정선! 저희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굿걸'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인데도 명확한 감정이 드러나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아서 저희도 이게 어느 길로 갈지 모르는 채로 찍었다. 여자 뮤지션 열 명의 관계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있어서 그게 어떤 서사를 전달할 수 있는 무드로 흘러가게 해 준 것 같다. 어찌 됐건 저희 입장에서도 탈락이 없는 구도 안에서 어떤 힘으로 시청자들에게 계속 다음 회를 보게 만들고 궁금하게 할지는 중요했다. 게다가 저는 그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해 오지 않았나. 정말 공포심이 있을 정도로 되게 걱정이 많았는데 (웃음) 감정 묘사나 성장 서사를 섬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던 건, (출연진이) 여자들이어서인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잘 드러났다고 본다.

▶ 출연진의 급격한 감정 변화나 탈락 같은 극적인 상황이 거의 없는 점이 '굿걸'이 매력이자 강점이기도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선 까다로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이 열 명이 처음 만나고 나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정말 누구 하나 안 빼고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저희는 서서히 가까워지길 바랐다. 좀 더 오랜 시간 데면데면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웃음) 사실 어떤 사람이 만나서 갑자기 확 가까워지기 힘들기도 하고.

영지처럼 어리지만 리더십 있는 친구도 있고, 몰랐는데 알고 보니 너무 '인싸'(Insider)여서 많은 사람과 두루두루 아는 제이미도 있고, 그래서인지 되게 빨리 가까워진 거다.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빨리 가까워지면 남은 시간 어떤 내러티브를 풀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이게 과연 8회까지 갈 서사가 될까?' 하면서. '팀'이라는 콘셉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출연진을 더 단단하게 결속시킨 것 같다.

가령 뭔가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의구심이 들거나 궁금한 게 있다면 정말 열 명이 토씨 하나 안 빼먹고 똑같이 저한테 '왜 이런 거예요?' 물어보더라. (웃음) 그래서 다 같이 설득하고 이해시키면서 만들어야 했다. 팀이라는 게 이렇게 굉장히 강한 결속력을 순식간에 지니게 하더라, 이 친구들한테. 저도 이렇게 빠르게 가까워질 줄 몰랐다. 아마 팀 콘셉트가 없었으면 좀 더 서서히 가까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 처음부터 너무 팀이라고 말했나 싶더라. (웃음)

▶ 다 같이 뭉칠 수 있는 시한이 정해져 있어서 더 끈끈해진 건 아닐까.

그런 것 같다. 워낙 특색 있는 조합인 데다가, 본인들도 이 조합으로 있는 게 되게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프로그램 중에도) 못 본 조합이 너무 많으니까.

'굿걸' 10인방의 첫 무대 '크루 탐색전'에서의 모습. 윗줄 왼쪽부터 윤훼이, 카드 전지우, 제이미, 소녀시대 효연, 에일리. 아랫줄 왼쪽부터 치타, CLC 장예은, 퀸 와사비, 이영지, 슬릭 (사진=엠넷 제공)
▶ 그래서 시청자들도 아쉬워하더라. 더 많은 조합과 무대를 보고 싶다고. '굿걸'은 지난 2일 8회로 끝났는데 스핀오프라든지 이 멤버들을 데리고 하는 다른 계획은 없나.

스핀오프 너무 힘들어가지고… (웃음) 아무것도 없다. 네, 아무것도 없다. (웃음) 찍어놓은 게 있으면 비하인드로 풀면 좋은데, 경연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타이트한데다가 그 버거운 일정을 짧은 시간에 해낸 거라서 다들 음악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녹화 기간이 더 넉넉했다면 중간에 리얼리티도 많이 찍고 서로 놀러 가는 것도 많이 찍고 싶었는데, 그런 걸 못 해서 조금 속상한 게 있다. 아마 시청자들도 중간중간 보이는 자연스러운 부분이 재밌으니까 더 보고 싶다고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저희가 워낙 하이 퀄리티의 쇼를 내려고 다들 고군분투하다 보니까 촬영 일정 빼는 것도 쉽지 않았다. 노래 만들고 퍼포먼스 연습하는 것조차도 자기 스케줄 빼서 해야 했으니까.

▶ '굿걸' 첫 회에서 출연진이 제작진을 의심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들' 같은 자막 나가는 거 아니냐고 웃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그런 자막이 나갔고. 또 슬릭이 '언프리티 랩스타'라는 프로그램명이 왜 불편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장면을 노출한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 섭외할 때도 프로그램의 전체 구성이나 퀘스트의 목적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그런 걸 되게 많이 모르는 상태여서 저희를 바라볼 때 어느 정도 의심하면서 들어온 건 사실이다. 그 얘기를 현장에서 자기들끼리 진짜 많이 하더라. 저희가 찍고 있는데도 '제작진이 너무 과한 걸 제시하면 안 한다고 할까?' 이러고. (웃음) 카메라 앞인데도 자기들끼리 협의를 하더라.

본인들이 한 명 한 명 의구심을 갖고 있어도 저랑 다이렉트 미팅을 하니까 그런 걸 다 얘기는 못 했다. 슬릭 정도가 그런 얘길 했을까. 그러다 보니 저희도 (출연진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몰랐던 거다. 현장에서 보고 나서야 안 거다. 어쨌든 엠넷이 콘텐츠를 통해 어떤 시선을 일궈온 게 사실인데, 그런 콘텐츠만 있는 건 또 아니다. 경쟁만 내세우는 포맷만 있지는 않다는 거다. 뭔가 다양한 콘텐츠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그런 셀프디스 아닌 셀프디스도 필요한 거고, 그게 쿨한 방식인 것 같다.

▶ 어떻게 보면 약점인 것을 숨기지 않고 아예 웃음의 소재로 삼으니 호의적으로 본 반응도 있었던 것 같다.

맞다. (웃음) 그런 내용을 '굿걸' 친구들도 얘기하고, 그런 시선이 있다 보니 (방송에서) 다루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였다. 사실 그만큼 이 프로가 뒤로 가면서 말 바꾸기를 한다거나, 전개가 확 다르게 흘러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저희는 아니까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다. 서바이벌 오디션 포맷을 다양하게 경험하다 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주는 되게 멋있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다. 그 포맷을 존중하는 부분이 있어서 디스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굿걸' 첫 회에 나온 자막 (사진='굿걸' 캡처)
▶ 엠넷은 '언프리티 랩스타', '퀸덤', 이번 '굿걸'까지 여성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었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여성 래퍼들의 '디스전'에 초점을 맞추느라 캣파이트를 강조했다면, '퀸덤'은 사실상 서바이벌의 틀에 있었으나 완성도 높은 무대와 출연진 사이의 우정과 관계성이 도드라져 주목받았다. '굿걸' 역시 팀을 꾸려 퀘스트를 깨면서 화합하는 모습으로 호평받았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이 쌓이면서 엠넷 내 제작진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 같다. '굿걸'을 마치고 나서 처음에 세운 이 목표는 이뤘다 싶은 부분이 있나.

'굿걸'을 시작할 때 어떤 정서로 완성이 될지 100% 예측을 하진 못했다. 이게 리얼리티이고, 출연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찍어봐야 알 수 있는 거라서. 사전 미팅하고, 우리끼리 수많은 시간 기획 회의를 해도 '예측'할 뿐이지 '확신'할 수는 없다. 저처럼 서바이벌을 오래 하고, '쇼미더머니'처럼 범대중적인 인기도 끌면서 스파이시한 맛이 있는 프로그램을 하던 사람은 프로그램 구성할 때 '재미없으면 어쩌지?' 하면서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이 있다. 자꾸 회의하다 보면 탈락 쪽으로 가고 있고… (폭소) 세 명쯤은 탈락해야 하지 않을까? 아냐, 이건 아니잖아! 자아분열 하듯이… (폭소) 이렇게 방대한 씬의 멤버가 모이는 건 너무 지저분하지 않을까? 아냐, 재밌을 거야 이러면서 거의 여러 번 분열하며 찍었다. (웃음)

개인적으로는 진짜 불안감이 컸다. 어떤 서바이벌적인 장치, 출연진이 큰 해프닝을 벌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서사, 탈락이라든지 그런 것들 없이 제가 과연 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면 시청자가 관심 갖고 봐주기나 할까 그런 생각이었다. 엠넷 채널 안에 있는 분들도, 엠넷을 오래 봐주시는 분들도 (어떤 프로그램을) '악마의 편집'이라고 하면서 독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거기서 오는 재미를 좋아하는 분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봤다는 건 인기가 있다는 거고, 그건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 소구되는 포인트가 강하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엠넷도 꽤 다양한 형태의 서바이벌 쇼를 해 왔던 건데, 아무튼 이게('굿걸'이) 재미있을 수 있나 걱정이 많았다. 좋은 의미를 이끌어낸 면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그럼 '굿걸'을 하면서 들었던 반응 중 가장 기분 좋았던 건 무엇인가.

어디 댓글에서 봤는데 '엠넷이 보여주는 순한 맛!', '엠넷이 한 것 중에 가장 안 자극적이다' 하는 거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오래 한 입장에서 그런 말을 좋아하진 않았다. 확 꽂혀야 하고 임팩트가 좋아야 한다고 믿었고, 그런(순하다는) 말을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댓글) 봤을 때 기분이 되게 좋은 거다. 색다른 감흥을 선사했구나, 이게 되게 보람 있더라. 그렇게 봐주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엠넷이라는 채널이 지향하는 바가 반드시 틀이 정확하고, 서바이벌에만 국한돼 있지는 않다는 걸 많은 시청자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악마의 편집'이 너무 엠넷 편집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지만 (웃음) 되게 정직하게 편집해도 '악마의 편집일 거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기를 끄는 와중에 따라온 오명 같은 걸 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런 것 말고 다른 시각도 있다, 다른 프로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저희가 하는 편집이라고 해서 다 악마의 편집인 건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일동 폭소)

제가 '굿걸'을 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이런 것만 할 거다 이건 아니다. 음악 하고 있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어쨌든 엠넷 PD들도 결국 아티스트들을 돋보이게 하려고 음악 프로를 하는 거니까. (프로그램의) 관점이 다양해졌으면 좋겠고, 시청자분들도 골고루 봐주셨으면 좋겠다. <끝>

엠넷 '굿걸 :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 최효진 PD (사진=황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