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 변신’ 이정철 전 감독 “이제야 배구를 즐긴다”

오랜 지도자 생활 뒤 해설위원으로 코트 복귀

IBK기업은행의 창단 감독을 맡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3회씩 이끌었던 이정철 전 감독은 2020~2021시즌부터 V-리그 여자부에서 해설위원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사진=한국배구연맹)
“이제는 나도 배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2011년 8월 IBK기업은행의 창단 감독을 맡아 V-리그 8시즌 간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각각 3회씩 이끌었던 이정철 감독은 2018~2019시즌이 끝나고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SBS스포츠는 지난 19일 V-리그 여자부 새 해설위원으로 이정철 전 IBK기업은행 감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CBS노컷뉴스와 연락이 닿은 ‘새내기 해설위원’ 이정철은 조금 전 실제 경기를 활용한 중계 연습을 마치고 나왔다고 했다. 덕분에 지난 통화와 달리 조금은 들뜬 듯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일주일에 1, 2경기씩 실전 같은 연습을 소화한다는 그에게 소감을 물었다. “같이 방송하는 분들과 호흡도 중요한데 첫 세트부터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는 이 해설위원은 “그래도 마지막 5세트가 가장 좋았다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주눅이 들면 나도 헤매는데 감독할 때 선수들을 너무 야단쳐서 주눅이 들게 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고 답했다.

자신도 인정하듯 코트 위에서 이정철 해설위원의 감독 시절 모습은 ‘호통’이나 ‘불호령’같은 주로 엄격한 이미지로 기억된다. 이로 인해 ‘호랑이 감독’이라는 별명이 지도자 생활 내내 따라다녔다. 한국배구연맹이 매 시즌 경기 장면을 모아둔 온라인 자료 창고에도 이정철 감독의 모습은 호통을 치거나 선수를 향해 강하게 주문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호랑이 감독’이 아닌 ‘부드러운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각오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현장의 감독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설을 하더라도 필요한 메시지를 주는 건 당연하다”며 “지적을 하거나 쓴소리를 해야 할 땐 할 것이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V-리그 여자부는 최근 여자 해설위원의 전성시대다. 과거에는 남자 해설위원이 맡았던 중계방송을 최근에는 여자 해설위원이 모두 가져왔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과거 자신이 지도했던 장소연, 이숙자, 한유미 해설위원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다. 오랜 지도자 경험은 기존 해설자가 없는 ‘막내 해설위원’만의 새로운 무기다.

“내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도자를 할 때는 지고 싶지 않다는 각오가 있었다”는 이 해설위원은 새로운 역할을 맡은 각오를 묻자 고민 없이 “즐기고 싶다. 승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 배구 인생 처음으로 배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