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가 고립된 폐허에서 찾은 단 하나의 희망 '인간'

[노컷 리뷰]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사진=NEW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생존만이 최우선이 된 세상에서 이성을 잃은 인간만큼 지옥도를 만들어 내는 존재도 없다. 폐허가 된 땅 위에서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건 비이성적인 요소이자 가장 인간적인 마음인 '희망'이다. 지옥 같은 세상, 인간을 향한 마지막 끈을 놓지 않는 영화가 '반도'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자와 놓지 않은 자 사이를 잇는 하나의 단어는 '희망'이다. 희망을 저버린 이와 희망을 간직한 이가 살아가는 폐허 속 생과 삶이라는 건 어떤 모습일까.

'부산행'(2016)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반도'(감독 연상호)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문명이 멸망한 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과 사회를 가장 극적으로 돌아보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반도'에서도 지옥에 남은 인간이 어떻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지, 질서가 무너진 세상의 모습은 어떨지 그려간다.

좀비의 출현으로 모든 것이 황폐해진 반도는 세상으로부터도 고립된 땅이 됐다. 세계가 감염 우려를 이유로 대한민국의 생존자들을 더 이상 난민으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결국 좀비가 득실거리는 땅에 남은 자들은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현실에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단 하나의 희망을 잃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게 바로 631부대 인물들이다.

생존자들을 구조하던 이들이 희망을 잃자 인간성마저 버린 채 '숨바꼭질'이라 부르는 잔학한 유희에 빠져든다. 들개라 불리는 생존자에 번호를 새기고 좀비 떼 사이에 풀어놓는 게임이다. 살기 위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자들의 유일한 안식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게 반도의 법칙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룬 인간도 있다. 민정(이정현)과 준이(이레), 유진(이예원), 김 노인(권해효)처럼 모든 것이 사라진 속에서도 인간성과 그로 인해 발아하는 희망이란 씨앗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이들을 통해 재난 상황을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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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사람조차 미치거나 좀비 떼의 습격에 죽기 일쑤다. 그런 반도라는 지옥에서 여성, 어린아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인은 최하위에 위치한 존재들이다. 이들을 살아남게 만든 건 인간성, 그리고 약자들의 '연대'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사라졌던 희망을 회복하는 인물이 있다. 스스로 죄책감 등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었던 정석(강동원)이다.

희망을 회복하는 또 다른 인물이 있는데 바로 서 대위(구교환)다. 631부대를 이끄는 서 대위의 공허한 눈에 생기를 돌게 한 건 생존에 대한 희망이다. 반도를 나갈 수 있다는 단서를 얻게 된 그는 생과 삶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자 욕망 하나로 직진한다. 얼핏 '부산행' 속 용석(김의성)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지만, 다른 결로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반도'는 장르 영화로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역할도 수행한다. 사회 문제를 반영하며 시선이 우리 안으로 자연스럽게 향햘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좀비로 인해 하루 만에 국가 기능이 무너진 반도의 상황에 난민 문제를 엮는다. 전 세계가 한국을 향해 문을 닫기 전,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한다. 사라진 나라, 좀비의 나라에서 온 그들은 보호해 줄 나라도 없고, 신분도 불분명한 존재다.

잠재적인 감염자 꼬리표까지 단 반도의 생존자들은 인간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한다. 우리가 배타적으로 바라봤던 이들의 모습을 우리와 같은 외모, 같은 언어를 쓰는 이들을 통해 보게 되는 건 보다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 이를 통해 난민 혹은 경계 밖에 존재했던 이들의 문제를 우리 안으로 끌고 들어와 고민하게끔 만든다.

물론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반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카 체이싱'이다. '부산행' 이후 4년이 지나면서 생존자들도 좀비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좀비들의 특성과 폐허가 된 도로, 지형지물 등을 활용해 좀비 떼를 쓸어버리는 것을 보면 통쾌함마저 든다. 특수관에서 보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4DX 상영관을 추천한다.

다만 캐릭터 각각의 매력은 가득한데 이를 온전히 살려내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석과 민정의 캐릭터보다 준이와 서 대위가 조금 더 인상적으로 각인된다. 또 하나, 신파가 만들어내는 약간의 어색함이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재난 같은 현실 속 약자들의 연대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마지막까지 놓지 않을 희망이며,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가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7월 15일 개봉, 116분 상영, 15세 관람가.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