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빛 청량감 넘치는 위로…'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노컷 리뷰] 애니메이션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나를 향해 다가오는 세상의 거대한 파도 앞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파도를 넘을 힘이 된다. 누구나 그렇게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파도를 타며 살아간다. 애니메이션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은 파도를 마주한 모든 이에게 전하는 청량한 위로의 메시지다.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감독 유아사 마사아키)은 작은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대학생 히나코와 소방관 미나토의 운명적인 만남과 헤어짐, 기적 같은 재회를 그린 바닷빛 로맨스다.

불투명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대학생 히나코와 정의감이 넘치는 소방관 미나토를 이어준 건 바다다. 바다를 통해 만난 둘은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결혼까지 약속한 그들이지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미나토는 자신을 희생한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미나토를 떠나보내게 된 히나코는 그토록 좋아하던 바다와도 멀어지고, 더 이상 파도를 타지 않는다. 그런 히나코 앞에 미나토가 나타난다. 물 앞에서 우연히 부른 "네가 바라보고 있는 수면은 선명하게 반짝이고"와 함께 물속에 미나토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손을 잡을 수도, 안을 수도 없지만 히나코는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영화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의 슬픔, 그 슬픔과 먼저 떠난 자를 어떻게 잘 보낼 수 있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인생과 슬픔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법을 파도를 타는 데 비유하고 있다.

사랑하는 미나토를 잃은 슬픔 속에 빠진 채 히나코는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등지며 자신을 잃어간다. 미나토를 떠나보낼 준비도, 그가 없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용기도 없다. 자신의 삶을 가득 채웠던 이의 부재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일상도, 마음도 예전처럼 굴러가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히나코 앞에 서로를 이어줬던 물을 매개로 나타난 미나토는 히나코를 위로한다. 그리고 히나코가 다시금 자신만의 파도 타기에 나서기를 바란다. 히나코가 새로운 파도를 타게 될 때까지 지켜주고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과거 죽을 위기에 처한 미나토를 구한 건 히나코다. 히나코에 의해 구원받은 미나토는 누군가를 살리는 직업을 택했고, 마지막까지 타인을 위해 목숨마저 내던졌다. 그리고 결국 히나코의 마음까지 살리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히나코 역시 그런 미나토를 통해 위로받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만의 파도를 탄다.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파도를 타기 위해 바다로 나가고, 일어서고, 중심을 잡고, 흔들려 물에 빠져도 다시금 서핑보드 위에 올라 파도를 기다리듯이 히나코도 한 걸음씩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만의 파도를 탄다. 그립지 않은 건 아니지만, 미나토의 마음을 내 마음 한 쪽에 꼭꼭 간직한 채 그렇게 앞을 향해 나아간다.

미나토의 동생 요코 역시 세상과 등진 채 살려고 했다. 그런 요코를 꺼내 올린 건 와사비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이면 괜찮다고, 그대로가 좋다는 한마디 말이 요코에를 위로하고 용기를 건넸다. 누구나 자신만의 모습이 있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방식이 있다. 영화 내내 하는 말마따나 나만의 파도를 타면 그만이다.

이들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사람을 다시 일으키고, 파도치는 세상에 나아가서도 자신만의 파도를 탈 수 있게 하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한 번의 파도가 몰려온 후 다시 또 한 번의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처럼 인생에는 하나의 시련이 몰려온 후 또 하나의 시련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파도를 넘게 해주는 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다.

감독은 이 과정을 파도를 타는 것에 비유해 그려냈고, 각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과 물에 담긴 빛 안에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

'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감독 특유의 독특한 물의 질감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 바다와 파도, 물에 반사되는 빛을 담아내는 장면들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빛을 이용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물처럼, 파도처럼 부드럽게 넘실대는 캐릭터의 표현과 동작들 역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실재처럼 정교하게 구현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결로 말이다.

무더운 여름과 사람, 세상과 사회의 파고 속에 지친 관객들에게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이 전하는 위로와 청량감 넘치는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 속 중요한 노래이자 히나코가 미나토를 소환하는 노래가 머릿속에 남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네가 바라보고 있는 수면은 선명하게 반짝이고, 조금씩 색을 바꾸면서 계속 빛나고 있어."

7월 8일 개봉, 96분 상영, 12세 관람가.

(사진=㈜미디어캐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