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양이 집사'의 바람 "길 위의 삶을 알아주길"

[#고양이를 부탁해 1-노컷 인터뷰]
영화 '고양이 집사' 이희섭 감독, 조은성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 의 이희섭 감독(왼쪽)과 조은성 프로듀서가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미국 SF의 거장 로버트 A. 하인라인은 "지구에서 고양이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가 천국에서 당신의 처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한 문장 안에 지구별 사람들이 고양이라는 생명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어떠한지 묻어 있다. 지금, 길 위의 세상은 길고양이들에게는 험지 그 자체이다. 그들을 고난의 땅으로 내몬 건 인간이다. 우리는, 공존할 수 없는 걸까.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고양이 집사'가 말하고자 하는 건 길고양이가 안전하지 못한 삶은 인간에게도 마냥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구에서도 한국, 그곳의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게 '고양이 집사'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고양이 레니와 해피의 집사이기도 한 영화 '고양이 집사'의 이희섭 감독과 조은성 프로듀서를 만나 길고양이와 그들을 돌보는 집사들의 삶을 들어봤다.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 의 이희섭 감독이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냥덕후'들이 모여 조명한 길고양이와 길고양이 집사의 삶

고양이 집사인 이희섭 감독과 조은성 프로듀서에게 각자의 반려묘에 관해 묻자 이야기가 한가득 쏟아졌다. 말수가 적다는 이 감독도 고양이 앞에서는 무장해제 됐다. 그는 함께 살던 고양이를 먼저 고양이 별로 보낸 후 다시는 집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고양이의 매력을 여전히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현재 레니의 집사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조 프로듀서는 반려묘 해피에 관해 "위로를 많이 받는다. 해피는 피로회복제"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성격도, 관심사도 다른 두 사람을 한자리에 모은 힘 역시 '고양이'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접점이 없는 둘의 인연을 이어줬다. 함께 한국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와 캣맘, 캣대디(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사람을 부르는 말)로도 불리는 길고양이 집사들에 관한 영화를 찍게 됐다.

조은성 프로듀서는 이희섭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후 "저 사람이라면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확실히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만큼 영화도 열심히 만들 거라는 믿음이었다. 기대에 부응하듯 이 감독도 애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다른 데서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독립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양이 집사'를 개봉으로 이끌어 준 건 고양이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힘이다. 조 프로듀서는 '냥덕후(고양이 마니아)들이 만든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영화'라고 표현했다. 감독, 프로듀서, 음악감독, 마케팅 대표, 출연자인 고양이 집사들, 주제가를 부른 가수 권봄,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임수정 등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집사든 아니든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을 한데 모은 건 한국 길고양이의 녹록지 않은 삶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 의 조은성 프로듀서가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길고양이에게 혹독한 세상은 사람에게도 혹독하다

고양이라는 이름 앞에 '길'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그들이 길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길 위의 삶이라는 게 고단하다 하지만 유독 길고양이들의 삶은 힘겹기만 하다. 집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이 15년 안팎인 반면, 길고양이들은 3년을 채 넘기기가 힘들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 이면에는 그들이 5분의 1의 시간밖에 살지 못하게끔 만드는 '인간'이 있다.

조 프로듀서는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한국, 대만, 일본 길고양이들의 삶을 조명하며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 그가 감독에서 프로듀서로 돌아와 다시금 길고양이들을 주목하게 됐다.

"정말 좋은 사회는 '고양이 집사'와 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때보다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도 많아요. 누군가는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데 길고양이까지 책임져야 하냐고 말씀하시죠. 그러나 측은지심에는 우선순위가 없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작은 동물의 삶과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거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닌데, 없앨 수 없다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조은성)

조 프로듀서는 작은 생명조차 아끼고 보호하지 않는 사회가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는 안전할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공존을 배우지 않는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졌어요. 반려동물 가운데 고양이 비율도 늘어나고 있고, 지자체 등에서 고양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두기도 해요. 그런데 오히려 고양이 집사들에 대한 인식은 안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캣맘에 대한 폭행과 살인미수가 발생한 경우도 있죠. 그래서 그 분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서 집사들의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어떤 마음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는지 있는 그대로 들으면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고양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이희섭)

(사진=㈜엠앤씨에프, ㈜영화사 진, ㈜인디스토리 제공)
이 감독과 조 프로듀서가 영화를 찍으며 많이 목격한 것 중 하나는 고양이들이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고양이가 예민한 성격의 동물이기는 하나, 일본이나 유럽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은 편안하게 길을 다니고 사람들을 보고 잘 놀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면 놀라고 경계부터 했다. 그래서 이 감독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고양이들이 편안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말이다.

길고양이들의 경계심에 관해 조 프로듀서는 "똑같은 고양이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인간들이 고양이를 지속적으로 싫어하고 학대했다는 걸 고양이들도 아는 것"이라며 "그래서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게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사람이 고양이를 싫어하게 된 데에는 '인식'의 문제가 크다고 보았다. 그는 "일본의 경우는 고양이가 복을 가져오는 동물이라고 해서 상점에 '마네키네코'(앞발로 사람을 부르는 형태를 한 고양이 장식물로, 길조를 부르는 물건의 일종)라는 고양이 인형을 두기도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양이가 소름끼치고 불행을 가져오는 동물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고양이를 향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 의 이희섭 감독(왼쪽)과 조은성 프로듀서가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길고양이의 인간의 '공존'에 필요한 건 '인식 전환'

영화가 말하는 건 단 하나다. 모든 고양이를, 길에 보이는 모든 고양이를 모든 사람이 책임지고 사랑하라는 게 아니다. 영화가 말하는 건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이다.

단지 길고양이들이 길 위의 삶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안전하게, 그리고 배고픔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구 위 공간들을 함께 살아가자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적어도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고,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찬 눈길을 보내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거두길 이야기한다.

"단 한 뼘의 공간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회가 옳은 사회일까요. 좋은 사회가 아니에요. 독일 속담에 '고양이가 없는 마을은 조심하라'는 말이 있어요.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환경은 위험하다는 거죠. 매일 지나는 골목, 우리 무릎 아래에 생명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길고양이를 돌보라는 건 아니고, 그저 한 번쯤 뒤돌아보자는 겁니다."(조은성)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그냥 섞여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냥 거기 있는 나무 한 그루, 사람, 집, 길 등과 같이 고양이는 그 중의 일부인 거예요. 거창한 공존이라는 논리보다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단순한 건데 우리가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이희섭)

(사진=㈜엠앤씨에프, ㈜영화사 진, ㈜인디스토리 제공)
조 프로듀서는 '고양이 집사'가 심각하기만한 영화는 아니라며,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화면 가득히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동그란 눈망울, 몽실몽실한 발, 사랑스럽게 "냐옹~"하며 오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자연스레 빠져들며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사람은 언젠가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작지만 큰 소망을 전했다. 이 감독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밝고, 재밌고, 유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기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프로듀서는 커다란 바람을 말했다. 그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처럼 '캣 시네마틱 유니버스(Cat Cinematic Universe)'를 구축하는 게 꿈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고양이 집사'는 'CCU'로 가는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고양이는 아마 이 감독과 평생 만들어야 할 테마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사진=㈜엠앤씨에프, ㈜영화사 진, ㈜인디스토리 제공)